가장 두려워하는 교회의 모습

박성호 목사

짧지 않은 시간을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2 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왔으니 이제 거의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보스턴에 다니던 교회 청년부에서 만난 자매와 연애 끝에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아빠가 되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시작된 전임 사역도 두 교회를 거치며 1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성숙한 성도님들이 많이 계신 교회에서 귀한 사랑을 서로 나누며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다 하나님의 은혜이고 감사할 것들로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찾아오는 두려움이 하나 있습니다. 고백하기 힘든 부끄러운 실존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이렇게 평탄하게 살다가 미지근하게 죽어버리는’ 믿음으로 끝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계시록 3장에 나오는 라오디게아 교회가 받았던 심판처럼 평범하고 도전 없는 신앙 속에서 주님의 책망을 받게 될까봐 그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쉽고 편안한 길만을 가는 교인들에게 아무 말 못하고 타협하는 목회자가 될까봐 그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프랜시스 챈 목사는 “우리 삶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들 중 하나는 쉽고 편안해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쓴 책 ‘교회에 보내는 편지(Letters to the Church)’에서 챈 목사는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성도들이 주일예배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좋은 예배, 강력한 특수 사역, 특정 스타일/볼륨/길이의 찬양, 잘 전달되는 설교, 주차, 커피” 등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아마 그렇게 답했을 것입니다. 챈 목사는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정글과도 같은 선교 현장에서 ‘강한 동물’로 살아야 할 성도들을 데려와 교회라는 ‘우리’에 가두고 있지는 않는지 묻습니다. 그 도전에 저도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용기가 없어서 두렵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 땅을 흔드는 사도행전적 교회가 아니라 땅을 구매하는 교회가 되어 버린 오늘. 다시금 교회가 교회다워 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교양 있는 앵무새를 키우는 교회가 아니라 정글에서 용맹을 떨치는 사자를 길러내는 교회가 되기를 꿈꾸어 봅니다. 신앙의 목표는 평안함은 될 수 있지만 편안함은 될 수 없습니다. 전투적이지만 동시에 온유함과 사랑을 담은 사도행전적인 제자가 되고 싶고 그런 분들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