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행복했습니다.
목회를 하며 지난 20여 년간 1천여 회의 목회편지를 써왔는데, 오늘 쓰는 목회편지가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입니다. 드릴 말씀이 너무 많아서 제한된 지면에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중에 꼭 드리고 싶은 몇 가지만 간단히 요약하여 드립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동안 하나님의 소중한 백성인 여러분을 섬기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토요일 제 은퇴 예배 때도 말씀드렸지만, 사랑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러분의 사랑을 많이 받고 떠납니다. 노병(老兵)처럼 저는 조용히 사라지지만, 이 교회의 머리이신 주님께서는 변함없이 여러분 곁에 계시며 세상 끝날까지 여러분을 돌보시고 인도해주실 것입니다.
코로나의 고난을 허락하신 이유(2): 지난 목회편지에서는 길어지는 코로나 기간이, 믿는 부모로서 우리가 우리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떨어져 나와 집에 장시간 머무는 동안, 세월을 허송하지 말고 복음을 전합시다.
동시에 이 기간은 또한 훈련의 기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이 가까이 왔는데, 성경에 의하면 그의 재림 전에 교회가 환란을 통과하게 됩니다(마24:9, 계7:14). 교회 2천년 역사를 보면, 환란이 올 때마다 교회는 핍박을 인해 건물에 모이지 못하고 “집에 있는 교회”(롬16:5, 고전16:19, 골4:15, 몬1:2)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세계 각국에서 많은 교회들이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은 예수님의 재림 전에, 예배당 건물에서 모여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되는 환란의 때가 올 때, 성도들이 초대교회처럼 집에서 예배를 드리며 신앙을 지키도록 하나님께서 훈련을 시키시는 기간이라고 느껴집니다.
지난 봄에 말씀드린 것처럼, 온라인 예배는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예배를 구경하는 것입니다. 아예 예배를 안 드리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여러분이 제사장이 되셔서(벧전2:5, 9), 집에서 가족이 모여 ‘주일 예배 진행안’을 따라 예배를 드리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것입니다.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그 동안 저를 위해 기도해주셨던 것처럼, 이제는 박성호 목사님을 위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새로 담임목사가 되시는 박 목사님과 은퇴를 하는 저는 나이와 목회 경험에서 차이가 나고 또 성격도 많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저와 박 목사님을 비교하지 마시고, 박 목사님을 그의 모습 그대로 받으셔서, 박 목사님이 예수님을 닮아갈 수 있도록 계속 격려하며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은퇴 후의 저희 사역: 지난 봄에 한국에 나갈 때 저희 부부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문만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한 곳에 문을 열어주셔서, 지난 여름에 “오직 성경”이라는 주제로 성경에 기초하여 조직신학을 신론부터 종말론까지 18회 강의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제 오는 10월16일에 다시 한국에 가서 일 년간 머물 예정입니다. 은퇴 후에도 하나님께서 저희 부부 앞에 성경,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문을 열어주시도록, 저희를 위해서도 계속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년 후에 돌아오면,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는 평신도로 에녹평원 회원이 되어 하늘나라에 가는 날까지 여러분 곁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한국과 미국, 선교지를 오가며 남은 생애를 보내려고 합니다.
그 동안 너무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주님의 은총 가운데 하루 하루 예수님과 동행하시며 강건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