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이라는 말은 듣지 않겠습니다.
제가 칼럼을 쓰는 오늘은 10월31일입니다. 종교개혁기념일(마틴 루터가 95개 반박문을 써서 붙였던 날)이기도 하고 세상에서는 Halloween으로 온통 떠들썩한 날입니다. 우리 교회는 매년 전통적으로 Harvest Festival을 열어서 교육부 온식구들이 교회에 잔뜩 모여 신나는 시간을 보내던 날입니다. 올해 만큼은 그러지 못할 것 같아서 조금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오늘 토요일 오후 두세 시간을 주차장에서 Drive-thru로 Harvest Festival을 보내는 유치부와 유년부 아이들을 만나고, 운전하고 달려오신 부모님들을 만나니 힘이 막 솟고 행복했습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맑은 눈망울의 아이들을 보니 왠지 코끝이 찡한 마음이 들어 얼른 제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 눈망울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 다시금 되뇌인 다짐입니다. 목사로 산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삶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담임목사로 취임하고 그 다음날이었던 12일 월요일 저녁, 사라 황 전도사님의 사임을 앞두고 초등부 교사들과 함께 온라인 미팅을 가졌습니다. 담임목사가 된지 이제 하루가 지났는데 화면 너머로 한 말씀씩 하시던 선생님들의 부탁과 마음을 담은 질문들은 지금도 저의 뇌리에 남아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합니다. “아니, 말로는 2세 교육에 온 힘을 기울이는 교회라고 하면서 정말 말로만 아닌가요..?” 수년간의 교육부 교사 경험 끝에 나온 어느 선생님의 한 말씀이 제게는 예수님이 하신 말씀처럼 느껴졌습니다. 교육부 전도사님들의 잦은 교체로 인해 마음이 상하고 낙심하는 직접적인 대상은 바로 우리 자녀들입니다. 목회는 사람 농사이고 어린 새싹을 키우는 농부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농부가 자주 바뀌어서는 안 되는데, 수년간 이어진 우리 교육부의 현실 속에서 저의 마음은 많이 무겁습니다. 앞으로는 긴 시간을 신실하게 섬기다가 가시는 교역자님들을 잘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로 떠나시는 교역자님들의 길은 당연히 축복해 드려야 합니다. 그러나 행여나 농사 짓다가 낙심해서 그분들이 떠나시지는 못하도록 온 관심을 기울이는 목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중고등부는 이제 김승균 목사님께서 책임을 맡아 주십니다. 그리고 곧바로 한분을 더 전임으로 모시려고 공고를 낼 것입니다. 오시는 분은 아마도 중등부를 책임질 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초등부도 전임으로 오셔서 섬기실 전도사님을 청빙합니다. 영유아부 전도사님도 주님의 뜻이면 곧 오실 것 같고요. 유치부와 유년부를 굳건히 지켜 주시는 송호영, 김성신 두 분 전도사님께도 깊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교육부서가 얼른 안정을 되찾고 우리 교회의 다음 세대들을 잘 길러낼 멋진 지휘관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교육부서의 교사로 자원해 주세요. 우리 교회의 비전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함께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