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뿌리 박은 영성
이번 주일부터 새로운 설교 시리즈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약 여덟 번에 걸쳐서 ‘다윗’이라는 한 사람의 삶을 둘러싼 하나님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나눌 계획으로 사무엘상을 읽고 있습니다. ‘성숙의 해’를 보내고 있는 우리 교회가 한 공동체로서 어느 정도의 성숙의 단계에 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다윗이라는 인물을 거울에 비추어 내가 선 자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설교 시리즈를 들으면서 혹시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 목사님이 쓰셨던 책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Leap over a Wall: Earthy Spirituality for Everyday Christians)이라는 책을 참조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20년 동안에 이분의 책이 한글로 번역되어 출판될 때마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책을 구입하며 관심을 기울였던, 제가 최애하는 작가 중에 한 분이십니다. 이젠 주님의 품에 안기신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글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많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Earthy Spirituality”-현실에 뿌리 박은 영적 삶-이 무엇인지 함께 사무엘상 속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목동이면서 기름부은 받은 자로, 상담치료사이면서 군인으로, 누군가의 남편이면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목회자적인 삶을 살았던 다윗의 삶속에 우리도 들어가야 합니다. 영적인 세계와 일상의 삶은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기저귀를 갈며 부르는 노래 속에, 운전하면서 경험하는 외마디 기도 속에 우리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싸우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죄를 짓는 다윗의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우리 또한 2022년, 실리콘 밸리에서 담아내는 일상의 이야기들에서 하나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집에서 자녀들은 우리의 뒷모습을 세심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신앙의 선배들이 되도록 눈덮인 들판을 함부로 걷지 마시길 바랍니다.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겠지요. 교육부서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셔서 신앙의 선배로서 이들과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