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저도 잘 지냈습니다. 후임 담임목사로 취임한지 한 주를 보냈네요. 저에게 주어진 임무를 떠올리며 선하신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출발선에서 가졌던 선한 마음이 끝까지 변치 않도록 저를 위해 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성숙하신 전임목사님의 빈자리가 느껴지실 때가 있겠지만 그분보다 목회의 연륜이 몇 십 년이나 부족한 저를 잘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힘을 다해 성도님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담임목사가 종종 범하는 실수가 있다면 짧은 시간에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하려 하며 목회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저도 추구하는 방식과 스타일에 대한 선호도가 있는 사람입니다.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에 따라 목회적으로 필요한 변화는 있어야 하고 바뀌어야 할 부분은 그리 되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이런 때에 다시 한 번 지혜 있는 분들이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겠습니다. 목회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은 것임을. 목회는 급박한 환경 속에 움직이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오랜 인내와 땀을 요하는 농사와도 같은 것임을 기억하겠습니다.
장사하는 사람과 농사짓는 사람의 생활 방식이 많이 다르지요. 비즈니스는 시간을 다투면서 일합니다. 아이템 구입도 제 때 해야 하고 재고가 쌓이면 안 되니 속전속결로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농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서두른다고 열매들이 빨리 익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목회는 ‘사람 농사’와도 같습니다. 농부는 우선은 자신에게 주어진 땅의 환경을 파악해야 하고, 후에는 오랜 인내와 땀을 통해 열매가 맺힐 때까지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합니다. 사람이 성숙하고 열매 맺는 제자가 될 때까지는 그런 기다림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꽤 성숙한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적어도 십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단 열매를 맺으면 돌에 새겨진 보석과도 같이 꾸준하고 변함없는 빛을 발휘하는 사람이 됩니다. 인내와 소망으로 그러한 결실을 볼 때까지 저도 견디어 보겠습니다.
다음 주는 원래 예정대로 한어는 조종연 목사님이 설교하시고 영어 설교는 브라이언 황 전도사님이 설교하십니다. 25일 주일이 그분의 마지막 주일이라 제가 연속으로 세 번 설교를 부탁했습니다. 떠남에는 항상 아픔과 아쉬움이 있습니다. 브라이언, 사라 황 전도사님 부부에게 우리 교회는 그야말로 모교회(Mother Church)입니다. 사라 전도사님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브라이언 전도사님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우리 교회를 출석하며 자랐습니다. 그들의 인생은 곧 우리 교회의 신앙의 열매이며 임마누엘의 자랑입니다. 이 어려운 시대에 자신의 인생을 주님께 드려 헌신하는 사역자들이 다 귀하지만 이번에 우리 교회를 떠나 새로운 사역을 향해 나가는 두 분의 삶은 더없이 귀합니다. 브라이언 전도사님은 지역교회 사역보다 전방위적으로 순회하며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와 선교사의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사라 전도사님은 지역사회의 소외된 곳을 향한 긍휼 사역에 관심이 많습니다. 브라이언 전도사님은 우선 4 ChristMission의 부대표 자리로 가시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마 독자적인 사역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에게서 돌아가신 Ravi Zacharias 목사님의 한국인 버전을 봅니다. 하나님이 이들을 귀하게 쓰실 것입니다. 두 분의 사역은 Faith Mission(재정적으로 전적인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이 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 신앙의 열매인 이들을 축복하고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정기적인 재정 후원자로도 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미래에도 우리 교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동역하고 함께 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