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먼지와 때를 벗겨내는 시간으로

주일 칼럼을 쓰고 있는 토요일 오후 시간의 교회 주차장이 평소와는 다르게 청소년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주차장 한 켠을 빌려 중고등부 학생들이 오랜만에 대면으로 마스크를 쓴 얼굴을 서로 쳐다보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정상이 비정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1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낯설음은 우리 모두에게 달라진 마음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정상이 정상으로 느껴지는 때가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캘리포니아주는 6월15일을 기점으로 경제활동을 전면적으로 정상화 한다고 합니다. 이에 맞추어 우리 교회도 적당한 시간에 건물을 오픈하고 교육부 예배도 재개할 타이밍을 준비하는 가운데 기도하고 있습니다. 색깔별 경제 재개 단계 적용방침도 사라진다고 합니다. 거리 두기 규정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남아 있었던 거리 두기 습관이 얼마나 사라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거리 두기나 마스크 쓰기 등의 삶의 방식이 서서히 사라질 때가 되어야 예배당에 오시는 성도님들의 숫자도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보다 저의 걱정은 완전히 ‘온라인 예배’ 방식에 익숙해지신 분들에게서 느껴지는 변화된 습관에 있습니다. 안전함과 편안함이 주는 달콤한 매력 때문에 이제는 예배당으로 운전해서 오는 일을 너무 버거워 하시는 분들을 바라보며 저도 사실 조금은 근심하고 있습니다. 이게 달라진 습관이라면 습관인데요, 고양이 세수만 하고 참여하기만 하면 되었던 ‘온라인 예배’ 습관이 우리의 신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여러분은 생각하시는지요? 팬데믹 시대가 가지고 온 하나의 대안적인(alternative) 예배 방식이 우리에게 영원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귀찮음과 나태함이 주는 묵은 때와 먼지를 좀 벗겨내야 하는 시간은 아닌지 조심스레 성도님들께 도전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토요일(19일) 오전 9시-12시에는 건물 리오픈을 준비하며 모든 교회 시설을 깨끗이 하는 대청소의 날을 가지려 합니다.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커다란 덤스터도 빌렸습니다. 교회를 둘러보니 굳이 간직하지 않아도 되는 물건들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부서 단위로 교회에 다들 오셔서 쓰지 않는 물품은 버리거나 정리하는 청소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교회 공간에 쌓인 먼지와 때를 벗겨내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의 마음속에 쌓인 나태함의 먼지와 때도 벗겨내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토요일에 모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