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던 김상헌 선생이 남긴 시조가 알려져 있습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하’는 ‘몹시, 매우'라는 뜻을 가졌고 ‘수상’은 일상과는 매우 다른 평범하지 않은 상황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우리는 ‘시절이 하 수상하여’라는 표현을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세상이 범상치 않게 흘러가는 요즘입니다. 그야말로 ‘하 수상’합니다. 2차 대전에나 있을 법한 땅따먹기 전쟁으로 세계가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스텝’ ‘빅 스텝’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경제 위기를 막으려는 연준의 움직임에 온 세상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인의 시선은 파월 의장과 푸틴 대통령 두 사람에게 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닙니다.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가 쉽진 않지만 인플레이션과 불경기로 고생하실 분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주말에 우리 교회 안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교회 감시카메라에 외부인이 침입했던 기록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을 했습니다. 큰 물건도 아닌 자잘한 재물을 노리는 절도범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어려운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 왔음을 의미합니다. 어려운 시절이 오면 좀도둑이 늘어나며 자동차 컨버터를 잘라가는 범상치 않은 일이 발생합니다. 교회의 보안을 더 강화하고 교인들에게 조금 더 개인 소지품에 경계하시도록 부탁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얼마나 하 수상하면 교회에까지 들어와서 자잘한 물건을 가지고 나갈까 하는 마음에요.
우리 교회가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한다고는 했지만 한편으론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베풀고 나누지 못했음을 지적하시는 하나님의 조용한 경고는 아닐까 하는 그런 마음. ‘사랑의 장터’에 전시된 여러 물품들이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며, ‘우리 한인들에게는 그다지 가져가고 싶은 물품이 없지만 만약 홈리스나 서민들에게 장터의 문을 연다면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뭐 그런 질문들이 제 마음속에 머뭅니다. 만일 주중에 특정 시간을 외부인들에게 오픈하여 누구든지 필요하시면 가져가시라고 광고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의 마음이 성도님들께 떠오르신다면 주저 없이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어 주세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 수상한 시절에는 그저 나누고 베푸는 것이 교회의 사명은 아닐까 되새겨 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