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떠난다’는 경구는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눈에 보이는 만큼만 사랑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곁에 있을 때는 그렇게 관심 가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관계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동남부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헬린의 피해가 막심한 것 같은데 이 동네와는 너무나 다른 곳이니 관심을 잘 두지 않는 저의 이기심을 봅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겪어 보아야 긍휼의 마음도 생기고 내 자식이 해당되어야 큰 관심도 갖고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미국 수도 근처에 살 때는 정치면 기사도 관심 있게 읽고 사회적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은데 실리콘밸리로 이사 오고 나서는 저도 좀 변한 듯 싶어서 정치 기사에 그리 관심이 없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11월5일이 미국 대선이 있는 날이고 나의 한 표가 참 중요하겠지만 전보다는 관심이 없어진 저의 솔직한 마음을 봅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세상 안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자'이기에 세상 정치인에 큰 기대를 가져서는 안되며 이들을 영웅시 해서도 안됩니다. 그러므로 선거도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인 것을 압니다. 하지만 여전히 선거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는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기도하시면서 투표에 참여하십시오. 특별히 이번 ‘발의안 3’(proposition 3)을 보니 동성결혼 연방헌법 합법화에 따라 캘리포니아 헌법도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혼만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기존의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이미 연방헌법이 수정되어 현실화된 이슈에 굳이 손을 대어 삭제한다고 하니 그 이면에 또다른 정치적 의도가 담기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성경적인 원리들이 자꾸만 무너져 가는 세상을 보며 패배감이 들기도 하지만 이에 관한 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생각입니다.
10월20일 주일에는 하반기 헌혈행사가 우리 교회에서 열립니다. 병원에 급하게 입원한 환자들에게 피는 생명과도 같은데 피가 모자라서 죽어가는 분들의 이야기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관심 없을 때가 있지요. 혈액은 현대과학이 생산할 수 없는 하나님의 영역이기에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것입니다. 다양한 사고와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 일곱명 중 한 명이 혈액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38%가 헌혈할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매년 단 3%만이 헌혈을 한다고 합니다. 짧은 10분 동안의 사랑의 표현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이보다 귀한 사랑이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의 귀한 피를 수혈받아 새로운 생명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은혜를 경험한 우리가 세상에 나타낼 수 있는 고귀한 사랑의 헌혈을 통해 하나님이 영광 받으시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