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묻힌 밤이 아니라 어둠을 밝힌 밤입니다

대강절 특별기도회를 마무리하던 21일 토요일 새벽예배 후에는 아침식사로 전 성도님들에게 팥죽이 제공되었습니다. 칼럼을 쓰는 오늘 토요일이 올해의 동지(Winter Solstice)라고 하네요.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 동지라고 해서 전날 금요일부터 네 분의 권사님들이 열심히 준비해 주시고 친교위원회 박찬우 장로님/박현주 권사님이 정성으로 준비해 주셨습니다. 사랑을 담아 끓여 낸 맛나는 팥죽을 먹는 성도님들의 얼굴에 미소와 빛이 넘친 듯 했습니다. 이국 땅에서 먹는 팥죽이 맛있는 이유는 음식 한그릇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과 배려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낮이 짧고 밤이 길면 아무래도 우울해 지고 몸이 축 쳐집니다. 가장 분주한 연말을 보내는 성도님들의 마음에 동지와도 같은 밤이 있으시다면 이 이야기가 한줄기 소망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오베른도르프의 12월은 하얀 눈 속에 강바람이 차가운 곳입니다. 1818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한 어린이들과 마을 사람들은 의미 있는 저녁 예배를 드리기 위해 성 니콜라 예배당에 모여 찬양하며 기도를 드립니다. 예배를 잘 마쳤지만 성탄절의 벅찬 기운과 왠지 모를 아쉬움으로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그 교회의 오르가니스트인 프란츠 그뤼버 선생님이 기타를 들고 나섰습니다. 요셉 모르 목사가 언젠가 건네 주었던 가사에 곡을 붙인 노래라며 전주를 튕기며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위대한 시작이었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을 밝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요셉 목사와 그뤼버 선생이 이중창으로 화음을 넣어 불렀고 찬양대가 후렴을 따라 부를 때 나중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왕이 나셨도다”를 외치며 아름다운 노래의 초연이 완성되었습니다.

주님의 탄생은 어둠을 뚫고 빛으로 오신 구약 예언의 성취였습니다(사 9:2). 성경에도 오역이 때로 있는 것처럼 찬송가에도 잘못된 번역이 가끔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어둠에 묻힌 밤’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빛으로 오셨습니다. “All is calm, All is bright”입니다. 모든 것이 빛으로 오신 예수님 때문에 밝히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어둠에 묻힌 밤이 아니라 어둠을 밝힌 밤이 되었습니다.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였던(요 1:5) 그 밤입니다. 시대가 너무 어둡고 우울하게 느껴져도 실망하지 마십시오. 주님이 우리의 죄악과 어둠을 청산하시고 빛이 되기 위해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가장 깊은 밤이 지나면 이제 방향이 꺾이기 시작합니다. 머지 않아 가장 낮이 긴 나날들이 우리에게 찾아올 것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