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한 해가 저무는 2025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또 올 수 있었음을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감사가 그저 상투적인 고백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적어도 바울에게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은 가벼운 몇 마디의 인사말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예수 믿기 이전과 이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바울의 고백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언어 표현이 아님을 잘 압니다. ‘그러나 내가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전15:10). 바울 사도의 외침은 부활의 영광을 사모하며 긴 호흡을 담아 외쳤던 그의 신앙고백이었습니다. 모든 사도 보다 더 많이 수고하고 애썼지만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 바울 사도의 한 마디가 한 해를 마감하는 오늘 울림이 되어 제 마음에 머뭅니다. 

매년 다가오는 52번째 주일. 65세를 꽉 채우고 은퇴하시는 직분자들을 기억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올해는 이에스더 전도사님, 송욱영 장로님, 김기홍 협동장로님, 김영철, 김영곤, 김광석 안수집사님, 그리고 고윤홍, 김희정 권사님께서 은퇴하시게 되었습니다. 10년이 넘는 긴 세월, 아무도 인정해 주지도 않고 그냥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처럼 느꼈던 그 많은 나날들. 누가 그 마음을 다 알겠습니까? 누구 보라고 한 것도 아니었으며 누구에게 인정 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우리 삶의 유일한 청중 되시는 예수님 앞에서 한 것이었습니다. 주님이 그 마음을 잘 알고 계십니다. 궂은 일, 슬픈 일, 억울한 일들도 다 주님은 알고 계시지요. 여기까지 되어진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기억하십시오. 은혜란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값없이 주시는 선물입니다. 조건도 없었습니다. 노력의 보상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은혜라고 할 수 없고 당연히 받았어야 할 댓가라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주신 그 모든 것들로 인해 그저 묵묵히 감당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자랑할 것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 고백했던 바울의 심정이시기를 바랍니다. 여기까지 오게 된 내 삶의 모든 것들, 내 존재 자체가 다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받은 구원 잘 간직하시며 더욱 아름답게 성숙의 열매를 이루는 신앙 되시기를 바랍니다. 타이어를 갈아 끼우신 새로운 시간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