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복된 성탄주일입니다. 올해도 기쁜 마음으로 외쳐 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지난 한 해도 구원 받은 신자로서 우리가 성화의 길을 갈 수 있게 하신 하나님. 그래서 우리를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눅2:14)이 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합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일년 동안의 모든 추억을 기억하며 같은 삶의 자리를 걸어갔던 성도님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성탄절을 떠올리면 예전에는 북적이는 명동 같은 번화가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캐롤 음악이 떠올랐지만, 세월이 흐를 수록 이제는 외로운 들판이 떠오릅니다. 누가복음 2장의 배경이 되는 베들레헴의 들판과 을씨년스런 밤공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제 나이를 먹어갈 수록 하나님은 우리를 점점 더 고독하게 하시고 적막한 어느 벌판에 서 있는 구도자의 길을 가게 하시는 듯 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다면,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면, 함께 예배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면 하나님 앞에서 고독(solitude)해 지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천주교 신자였던 구상 시인이 ‘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라는 시를 남겼는데 이제 5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저의 마음에 문득 울림이 있어서 사랑하는 우리 성도님들과 함께 나누기를 원합니다. 가독성을 위해 ‘천주’라는 단어를 ‘하나님’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권능의 하나님만을 모시고 있어

저 베들레헴 말구유로 오신 그 무한한 사랑 앞에

양을 치던 목동들처럼 순수한 환희로 조배할 줄 모르옵네.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허영의 마귀들이 들끓고 있어

‘지극히 높은 데서는 하나님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좋은 사람들에게 평화’

그날 밤 천사들의 영원한 찬미와 축복에 귀먹어 지내고 있습네.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안일의 짐승만이 살고 있어

헤로데 폭정 속, 세상에 오셔 십자가로 완성하신 

그 고난의 생애엔 외면하고 부활만을 탐내 바라고 있습네.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여도 나 자신 거듭나지 않고선 누릴 수 없는 명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