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을 채우는 메모와 기록된 이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삶의 그늘을 마주하곤 합니다. 저에게는 지난 3월 뇌경색이라는 예고 없는 건강의 시련이 그러했습니다. 그동안 환우분들을 심방하며 찾던 중환자실(ICU)에 제가 환자로 눕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주님의 은혜로 큰 후유증 없이 회복되었고, 최근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는 뇌경색의 원인이었던 심장의 구멍이 깨끗이 막혔다는 감사한 진단을 받았습니다. 할렐루야! 성도 여러분의 사랑과 기도 덕분에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지만, 아직 저에게는 겸손히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바로 '단기기억력 감퇴'입니다. 심장의 구멍을 통해 올라간 혈전으로 인해 뇌에서 단기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의 혈관이 막혔던 탓입니다.

방금 들었던 성도님의 이름이나 성도님과 나눈 대화, 혹은 문득 떠올랐던 찬양과 묵상의 조각들이 안개처럼 스르륵 사라져 버릴 때면 당혹감과 답답함이 마음을 가득 채우곤 합니다. 아내는 "괜찮다, 오히려 귀엽다"라며 제 마음을 다독여주지만, 얼굴을 아는 성도님의 성함이 순간 떠오르지 않을 때의 미안함은 성도님 한 분 한 분을 마음 깊이 품고 섬겨야 하는 목회자로서 커다란 장애물처럼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낙심의 자리에 머물러 있을 때 주님께서는 제 마음에 작은 지혜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메모하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성도님들과 나눈 대화, 부탁받은 기도 제목, 묵상하며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 자리에서 기록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을 기억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애태우는 대신, 겸손하게 핸드폰을 꺼내거나 노트를 펼쳐 정성껏 기록하며 저의 현재와 변화에 적응하려 합니다.  

사도 바울은 육체의 가시로 인해 괴로워하며 기도할 때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린도후서 12:9) 하신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저 역시 하나님을 더 의지함으로 약한 데서 온전해지기를 소원합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의 육체와 기억은 세월 따라 약해질지라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과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늘 기억해야 할 사실은,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이름을 결코 잊지 않으시고 정확히 기억하신다는 점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는 아직 주님을 알지 못해 방황하는 우리 이웃과 가족, 즉 VIP(잃어버린 영혼)들의 이름 또한 하나하나 가슴에 품고 기억하고 계십니다.  

오는 11월 14일, 우리 교회에서는 인생의 참된 회복과 소망을 선포하는 'Re:Set VIP 초청잔치'가 열립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잔치에는 이성미 집사님이 강사로 오셔서 하나님 안에서 삶이 새롭게 리셋(Re:Set)된 감동의 간증과 은혜를 나누어 주실 예정입니다.  

나의 약함 속에 역사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품은 VIP의 삶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그분들의 이름을 우리도 가슴에 품고, 메모장에 적어 내려가며 기도로 준비합시다. 이번 한 주, 한 영혼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안고 담대히 초청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