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기 목사
임마누엘을 떠나면 뭐가 가장 아쉬울까? 목사님들과 탁구 치던 시간? 유치부 아이들하고 놀던 시간? 에녹 어르신들과 정담을 나누던 시간? 평원의 목장과 가정을 심방하여 따뜻한 차를 나누던 시간? 아니면 선교여행가서 특별한 은혜를 체험했던 시간일지, 지역봉사 각 부서에서 봉사하던 시간일지, 손 목사님 설교 듣고 예배하던 시간일지...
얼마 전에 마지막으로 김장 배추 썰고 있는데 한 자매님이 왜 그렇게 전투하듯이 칼질을 하냐고 옆에서 부담스럽다고 하셨는데 미처 이유를 대답을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손가락에 상처라도 나면 나도 바울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했다구요. 기적적으로 엄지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까만 점 모양으로 선명하게 표가 새겨졌습니다. 이 후로는 저를 괴롭게 하지 마세요. 제 몸에 예수의 표가 있습니다. (갈6:17) 더 이상 김장 못하게 된 것이 제일 아쉬워요. 저 김장 할 때 와서 같이 해도 되나요?
3차 전도여행을 마치고 서둘러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던 중 바울은 에베소 장로들을 모아놓고 여러 당부를 한 후에 이렇게 자신의 이별의 말을 정리합니다.
(행 20:33-35) [33] 내가 아무의 은이나 금이나 의복을 탐하지 아니하였고 [34] 여러분이 아는 바와 같이 이 손으로 나와 내 동행들이 쓰는 것을 충당하여
사실 이 말은 구약의 리더들이 죽기 전에 습관처럼 했던 말입니다. 한 마디로 내가 당신들에게 아무 것도 빚진 것이 없다는 당당한 선언입니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요?)
이 대목에서도 저는 바울을 따를 수가 없네요. 내 손으로 충당은커녕 성도님들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고 과분한 은혜를 경험했기에 염치없이 빚진 마음 뿐입니다.
한 성도님께서 성탄절에 입으라고 털스웨터를 손수 떠주셨습니다.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어떻게 눈물 가리고 그 스웨터를 입고 기쁜 표정으로 크리스마스 카드 사진을 찍을 수 있을는지...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 오실 날을 간절히 사모하며 같이 기도해요!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이영기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