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목사
벌써 한 해의 반환점에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이제 7월입니다. 2020년은 여러 면으로 우리에게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5-6월은 다양한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 보는 일에 익숙한 때인데 올해만큼은 예외입니다. 졸업식을 못하는 아쉬움 속에 다양한 배경으로 자녀들과 함께 찍은 가정의 졸업사진들을 SNS에서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올해 졸업하시는 모든 자녀분들,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그저 ‘좋아요’ 버튼 하나 누르는 것으로 저의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을 전해 봅니다. 평소 같으면 꽃이나 풍선이라도 들고 (제 아들은 작년 졸업식에서 수박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축하하러 갈 상황인데 안타깝게도 올해는 그저 가족끼리입니다. 힘내십시오. 지나고 나면 이 시간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 속에 남겠지요.
졸업식을 영어로 ‘graduation ceremony’ 혹은 ‘commencement’라고 표현합니다. 특별히 commencement라는 단어는 commence라는 동사에서 나온 명사인데 그 의미는 ‘시작하다’라는 뜻입니다. 졸업식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인생의 한 장(chapter)을 마치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다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봅니다. 졸업하시는 여러분들은 이제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서 있습니다. 길 것 같았지만 그 과정은 금방 지나버렸고 또다시 새로운 인생의 단계와 과정은 여러분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끌고 갈 것입니다. 인생의 어느 시작과 끝은 대나무 마디처럼 그렇게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나무의 마디가 툭하고 튀어나온 것처럼 우리는 그 특별한 시간을 경축하고 기억에 남기려 합니다. 어떤 일의 시작을 축하하고 끝을 경축합니다. 태어난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우리는 축하하고 경축합니다. 독립기념일이 되면 국가의 탄생일을 기념하며 동네마다 불꽃놀이를 합니다. 새로 만든 배를 진수할 때 샴페인을 던져서 깨뜨리며 축하합니다. 새 집에 입주한 것을 축하하며 집들이 잔치를 벌입니다. 야구시즌을 시작하는 개막전에는 대통령 같은 중요한 인물이 초대되어 첫 시구를 합니다. 그러한 그 시작을 기뻐하는 것은 그만큼 의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시작을 경축하지만 언제나 그 끝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경축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간 고생한 모든 일들을 위로하고 축하하는 것이지만 사실 인생의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기에 시작과 끝을 언제나 경축하는 것입니다.
축하의 자리는 아름답지만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꽃은 아름답지만 10일이 지나면 시들어 버리고 맙니다. 우리 인생의 모든 축하의 자리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끝이 있습니다. 그 끝에는 ‘죽음’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찬송가 9장의 가사처럼 “영원에 잇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은 한줌의 풀과 같이 우리를 유한한 존재로 지으셨으나 동시에 그분을 닮아서 영원을 사모하는 DNA를 우리에게 심어 주셨습니다(전3:11). 그래서 우리는 죽음이 모든 것의 종말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인생의 마지막 졸업식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끝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시편90편에 등장하는 모세의 기도는 그러한 ‘끝의 시작’을 사모하는 모세의 ‘지혜로운 마음’이 담긴 시입니다. 우리들이 죽음 이후에 시작되는 영원한 삶을 사모하지 않게 되면 우리의 신앙생활은 나태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생은 한번 살다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에 잇대어 살아가시는 성도님들, 우리는 인생이라는 작은 모판에 심겨진 모와도 같습니다. 좀 있으면 논이라는 넓은 곳에 심겨질 때가 올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작은 강물에서 헤엄치다 보면 이제 곧 영원이라는 넓은 바다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CT 스터드의 말처럼 “Only what’s done for Christ will last.” 주 안에서 복된 한 주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