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지난주 월요일(8일) 밤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람이 좀 많이 부는 밤이었는데 그 이유에서인지 집의 인터넷이 다운되었습니다. 한참을 지나도 회복이 되질 않아 웹서핑을 하던 저나 공부를 하던 딸 아이가 스트레스를 좀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Xfinity 전체 서버에 문제가 있었던지 이 지역 전체가 인터넷 불통으로 말썽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날 밤 저는 뭐 그러려니 하고 잠에 들어 버렸고 다음날 화요일 아침에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주중에 어떤 성도님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어보니 이 땅에서 목회자로 살아가는 저의 삶에 대해 이래저래 무거운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회사 미팅을 하던 중에 인터넷이 끊기게 되어서 ‘오늘은 이 정도 하고 그냥 자나보다’ 생각했던 성도님의 기대와는 다르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인터넷이 복구되자 밤 11시를 넘겨 다시 미팅이 지속되었다며 허탈하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그냥 잠시 지나간 내용이었지만 저에게는 아주 느린 속도로 그 문장들이 가슴 속에 박혀서 주중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치 주님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희 성도들은 밤에 잠 못 자가며 인도 시차, 한국 시차, 그리고 서부 시차에 맞추어 하루 종일 미팅을 하고 있는데 너는 그들의 목회자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니?’
우리 교회 많은 성도님들이 비슷한 상황 속에서 부부가 함께 직업을 갖고 자녀를 키우며 분주하게 살고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잠과 싸워가며 이 실리콘밸리의 매서운 정글과도 같은 직장 환경 속에서 생존 모드(survival mode)로 살아가시는 여러분들의 삶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콧날이 시큰해 졌습니다. 대여섯 시간 잠자기 무섭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주어지는 프로젝트 끝내기에 급급한 이들에게 교회는 무엇이며, 목회자는 어떤 시선으로 다가올런지… 그런 생각을 하니 어깨가 무거워 지기도 하고 왠지 모를 무력감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 땅에서 목회를 한다는 것은 어떤 삶을 요구하는지… 때로는 너무 과중한 일의 무게 속에서 워라벨(직장과 삶의 균형)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따뜻한 차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힘 내시라고, 그래도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시며 여러분의 직장에서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아내는 것을 보기 원하신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외람되지 않는다면요.
내년도 우리 교회의 표어가 ‘주님의 공동체, 함께 웃고 함께 울라’라고 지난 주 칼럼을 통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우는 목회자가 되기 원합니다. 적어도 게을러 빠진 목회자로 살지는 않겠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신실하게 서 있어 보겠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