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연 목사
각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기도하러 모였던 저희 가정은 제가 화를 내는 바람에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습니다. 큰 아이가 저와 확인 없이 대학 진학 의사를 학교에 통보하는 결정을 제출한 것 때문에 제가 언성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목자 수련회 일정으로 이틀 만에 얼굴을 보았던 아이는 자기가 부모님 없는 동안 해야 할 중요한 일도 다 하고 시간을 잘 선용해 하루를 살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빠가 자기 기분을 다 망쳐 놓았다며 학교 관련된 일을 말하기만 하면 아빠가 자기에게 화를 낸다며 울먹이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받은 영향 때문인지 저는 아이들에게 칭찬해 주는 것에 인색할 뿐 아니라 사과를 잘 못합니다.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왜 이런 일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 자녀가 무어라 대답할 수 어렵게 만들거나 아이가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는 정죄의 표현을 자주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제 어린 생각에 어머니가 잘못 하신 것 같아도 절대로 사과하지 않으시는 것 때문에 많이 다투었는데 제가 싫어했던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저에게도 있음을 종종 봅니다. 큰 아이에게도 잘못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생각과 기대가 다른 것에 대한 소통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제가 갈등의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는 방법이 서툴고 거칠어서 아이도 상처를 받고 나름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아내의 중재와 조언을 듣고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주지 못했던 저를 깨닫고 아이에게 사과했습니다. 사실 저의 진심은 네가 가고 싶어 하는 학교를 선택해서 갈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네가 성급히 내린 결정으로 인해 다른 가능성이 막혀버린 사실에 화가 났던 것 같다며 제 마음을 말해주고 잘못을 인정하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가족들과 같이 기도하며 부모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어서 아이들에게 실수도 한다면서 연약한 부모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런 부모를 사랑하고 용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서로에게 잘못할 수 있지만 잘못했을 때 용서하고 이해하고 더 예의를 갖추고 서로 존중하는 가족이 되게 해 달라고 간구했습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제 자녀들이 배우기를 원합니다. 모범을 보인다는 것은 모든 일을 훌륭히 해내야 한다는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부모가 버럭 화를 내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할 때 자녀에게 자신의 연약함과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구하는 겸손을 보여주고, 진정성과 진실함을 가지고 자녀를 대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부모에 대한 자녀의 신뢰와 존경이 자라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가정에도 부모의 실수와 죄가 반복되기보다 과거의 악습과 죄의 행실이 끊어지고 예수님의 용서와 화합이 넘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랑한다는 말만큼이나 미안해, 사과할게, 용서해줘 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용기와 겸손이 필요합니다. 나의 허물과 부족함으로 깨어지고 무너진 관계들이 용서와 화해로 이어지고 회복되어지는 가정의 달이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이 허락한 소중한 가족을 더 많이 용서하시고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