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라는 시작을 보며

바야흐로 졸업 시즌입니다. 성도님들께서 부지런히 올리시는 자녀들의 졸업 사진을 잘 보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SNS에 관심이 좀 떨어지다 보니 가뭄에 콩 나듯이 들어가 보긴 하는데 몇마디 축하의 말도 못 남기고 금방 나오곤 합니다. 가상공간 에서의 저와 현실에서의 저는 얼마나 비슷한 사람인지 종종 묵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희 집 둘째인 딸래미도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저와 아내는 이제 곧 있으면 공식적인 empty nester가 됩니다. 18살이 넘은 준-성인이 된 이 아이가 곧 혼자 날갯짓을 하며 날아갈 미래를 상상해 보니 코끝이 찡해지기도 합니다. 어린 자녀들을 둔 성도님들은 그 때가 나에게도 곧 오기를 바라고 계신가요? 걱정 마십시오. 시간 훅 지나갑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은 상호간에 유효합니다. empty nester가 되실 성도님들께 드리는 저희 가정의 간증입니다.

졸업식이라고 번역되는 commencement라는 단어는 commence라는 동사에서 나온 명사입니다. 동사의 의미는 ‘시작하다’라고 하지요. 졸업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겠습니다. 인생의 한 장(chapter)을 넘기면 바로 새로운 페이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이 시간이 대나무 마디처럼 우리를 견고하게 하고 곧게 자라게 하는 쉼의 시간이길 바랍니다. 목장도 잠시 ‘자율 사역기간’에 들어가게 됩니다. 안식과 사역의 균형과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시간이 되십시오.

목자 티타임에서 만난 어느 목자님 부부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분들은 우리 교회 교육부에서 오랜 시간 적극적으로 사역하신 분들입니다. 지난 10년 동안에 거쳐 간 아이들의 삶의 모습을 지켜보니 우려의 마음도 많이 있으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어와나에서 다루는 암송 구절들을 집에서 외워 오는 어린이들의 참여도나 적극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씀이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개인 과외도 열심히 시키는데 하나님의 사람으로 기르기 위한 부모의 열정을 만약 온도계로 측정한다면 몇 도나 될런지요?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엡6:4)는 말씀이 저와 여러분에게 다시금 새롭게 울려 퍼지는 이 계절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