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수의 고백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9년 간암으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장영희 교수는 어려서부터 소아마비 환자로 세상을 살았습니다. 오늘은 그가 남긴 글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2023년 추수감사주일을 한 주 앞둔 저와 여러분의 일상에는 어떠한 고백들이 담겨 있나요? 그윽한 가을을 떠나 보내며 풍성한 가을 열매와도 같은 감사의 제목들을 찾아 가시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셨던 2023년 한 해를 온전히 돌아보며 감사와 찬양의 시간으로 한 주를 보내며 다음 주일은 온가족예배(All Family Worship)로 함께 모여 주님께 온전히 예배 드리기 원합니다. 스페인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 

“입원한지 석 주째, 병실에서 보는 가을 햇살은 더욱 맑고 화사하다. 생명을 생각하면 끝없이 마음이 선해지는 것을 느낀다. 행복, 성공, 사랑- 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는 이 단어들도 모두 생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낱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살아있음의 축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착해지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 벅차다. 그러고 보니 내 병은 더욱 더 선한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입원하고 나흘 만에 통증이 조금 완화되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다리 보조기를 신고 일어섰다. 그리고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문득 내 발바닥이 땅을 딛고 서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강한 희열이 느껴졌다. 직립인간으로서 직립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워서 보는 하늘이 아니라 서서 보는 하늘은 얼마나 더 화려한지…  새삼 생각해 보니, 목을 나긋나긋하게 돌리며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일, 온몸의 뼈가 울리는 지독한 통증 없이 재채기 한 번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모르고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