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중에 아이티 정광/김성현 선교사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전에 제가 안부를 묻는 카톡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티 상황이 너무 위험한 데까지 이르러서 부랴부랴 두분이 플로리다로 입국해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거리마다 하루 종일 총성이 울리고 너무 많은 이들이 총기를 소지하게 되면서 정말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들으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왜 이토록 분위기가 좋지 않은가 여쭈어 보니 ‘카니발' 때문에 나라 전체가 극도로 흥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말로는 종종 사육제라고 하는 이 단어의 뜻은 라틴어의 카르네(Carne, meat)와 발레(vale, farewell)의 합성어입니다. ‘고기여, 이젠 안녕'이란 말이겠지요. 카니발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독교 초기에 로마인들을 기독교로 쉽게 개종시키기 위해서 그들이 지내던 농신제를 인정하는 하나의 이교적 제전이었다고 합니다. 로마에서 시작된 이 이교적인 축제가 요즘에 와서는 상업적인 성격을 띠고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뉴 올리언스나 브라질의 리우 데자네이루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카니발은 기독교 전통인 사순절(Lent)을 맞이하기 1주일 전이 가장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면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신 것을 생각하며 고기나 생선을 금지하는 전통이 있기에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 수요일’(Ash Wednesday) 직전까지 정말 신나게 놀고 마음껏 고기를 먹고 즐기자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카니발 행사가 얼마나 광란에 가깝고 음탕하기까지 한지 보통 참석자들은 가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마음껏 육체적인 향락을 즐긴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는 사순절을 특별히 지키지는 않지만 시기적으로 보면 이번 주일은 사순절을 앞둔 마지막 주말이 되는 것입니다.
올해의 ‘재 수요일'은 공교롭게도 블레싱USA집회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육체를 위한 향락 대신에 우리의 영적인 상태를 돌아보며 무엇보다 ‘한 영혼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것이야 말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장 원하시는 사순절의 정신임을 기억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목표와 사명을 줄이고 하나님의 사명에 귀를 기울이는 이 시간이 되어 보십시오. ‘전도'가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이 되려면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함께 고민하며 이번 집회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