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조금 느슨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큰 사건 중에 하나는 ‘IT 정전사태'라 불리는 Crowdstrike발 전산마비 사태였습니다. 금요일 오전, 지난 밤 사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전혀 모른 채 일상을 시작했던 시민들은 초유의 사태에 그저 당황할 뿐이었습니다. 수천 편의 항공편 결항, 방송국 마비, 의료기관 마비, 행정 시스템과 금융업, 서비스 업종을 망라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시스템이 정지되는 사태를 목도하였습니다.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에 재앙이 온다면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 되는지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보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시 하자가 있는 버그 하나가 어떤 사태를 가져올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하게 되었는데 만일 누군가 악의를 품고 악성 코드라도 심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차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주 저희 가정을 방문했던 조카는 그토록 철저하게 비행기 탑승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또 기하며 목요일 밤 잠자리에 들고 금요일 이른 새벽 공항으로 나갔건만 결국 그에게 돌아온 것은 비행기 결항이었습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자동차 뒷자리에 탄 조카는 ‘이번에 정말 느낀 게 많아요. 거의 완벽에 가깝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내 능력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엔 참 많은 것 같아요. 교만한 마음을 버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 알 것 같다’는 젊은 조카의 고백이 저에게도 울림이 되어 다가옵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님이 오늘 주시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언제 어디서든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컴퓨팅 할 수 있는 세상, 손바닥 안에 모든 정보를 다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버그' 하나가 모든 것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그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 뿐 이십니다’(잠언 16:9). 무슨 일을 너무 잘 하려고 철저히 계획하며 모든 대처의 길을 마련한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간섭하심이 없으면 우리는 들의 풀과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직장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너무 철저하고 높아서 늘 스트레스 속에 살지는 않으신가요? 조금은 ‘아날로그'스럽게, 느린 듯 답답한 듯 걸어가는 발걸음도 신앙인에게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단추 하나는 푸시고 조금 느슨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창조자이신 하나님을 묵상하는 한 주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