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찬주일로 함께 지키는 날입니다. 성찬은 주님과 함께 연합하는(communion) 시간이기에 주님과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며, 함께 살아가는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설교를 준비하던 지난 주, 저는 한 성도님과 깊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로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아,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분명 남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보다 못한 면이 있는데 스스로 점수를 너무 많이 주었구나’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실체를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하여는 후한 점수를 주고 남들의 박한 평가에는 섭섭한 마음을 갖습니다. 저 자신의 삶과 목회에 대하여 그렇게 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의 사랑에 고픈 많은 성도님들이 계시다’는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권면의 말씀에 저의 옷깃을 여미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제가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을을 많이 타는 저의 마음이 많이 허해져 있다는 생각도, 지난 5개월 동안 어머님을 먼저 보내드린 아들의 허전한 마음도, 쫓기다시피 하면서 일주일의 일정을 감당하는 저의 삶도 다 하나님께 그대로 고하였습니다. 주님이 저를 좀 채워주시기를, 제가 주님 주시는 사랑으로 맡겨주신 이들을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토요일 새벽에는 홍추민 파송선교사님께서 4년만에 우리 교회에 방문하셔서 귀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익명의 한 사람의 글을 인용하시면서 우리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만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이 지금도 마음에서 계속 울림이 되어 남습니다. 주님이 내게 원하시는 삶은 결국 누군가에게도 만만한 사람이 되어 쉽게 다가올 수 있으며,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도 상처 없이 순전히 대하는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요? 쉽지 않은 삶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주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이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난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쉽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난 그게 싫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만만하지 않았음을.. 만만함의 능력을, 이제 좀 만만해 지자. 만만한 사람들은 사람을 얻기 더 쉽다. 만만하다! 난 이제 이 말이 칭찬으로 들린다.” 성도님들 앞에서 만만하지 않았던 저의 삶을 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