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연 목사
이사야 60장은 포로기 이후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던 유다 백성들에게 주어진 소망과 회복의 말씀입니다. 본문에는 이방 민족들이 예루살렘으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자기의 노동의 산물을 가져오는 장면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낙타와 양 같은 가축 뿐 아니라 금과 유향 등이 주님께 제사(예배)를 드리기 위한 제물로 드려집니다. 본문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것은 저들이 가져온 제물들이 땀 흘려 수고하고 노력해서 얻은 일의 결과물들 이었다는 것입니다.
영적인 것은 거룩하고 육적인 것은 속되다는 이원론의 영향 아래서 우리들은 교회 안에서의 예배, 사역, 봉사, 친교 등은 거룩하게 여기지만 직장에서 하는 일은 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직업이 소명이 될 수 있음에도 소명의 왜곡이 일어나 내가 가진 일을 단순한 생계의 수단으로만 축소시켜 버립니다. 결과적으로 신앙과 직업을 분리해 살아가면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신앙과 삶이 대치되거나 신앙은 사라지는 모순되는 이중생활 같은 긴장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성경은 무슨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하라고,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가르칩니다. 이사야서 60장은 자신이 가진 직업과 노동을 통해 거기에서 얻은 열매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삶의 예배가 드려지는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마틴 루터는 젖소의 젖을 짜는 소녀의 손이 하나님이 피조세계를 돌보시고 먹이는 하나님의 손가락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벌고 내 필요를 채우고 자기실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섬기고 이웃을 유익케 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굉장한 일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살아가는 삶의 터전에서 해 나가는 작은 사랑의 실천이 이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남들이 가까운데 주차할 수 있도록 나는 한적한 곳에 가서 주차하고 오는 것이 역사를 바꾸는 것입니다.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것도 역사를 바꾸는 일입니다.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고 탁월하게 하는 것이 역사를 바꾸는 것입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하찮은 일들을 내가 하는 것이 역사를 바꾸는 일입니다. 우리가 조금 더 시간과 관심을 기울여 주위를 돌아보고, 남들이 하지 않거나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자처하고 손해를 보거나 희생하는 자리에 머무를 때 나를 통해 주님이 드러날 것입니다.
지난주에 마친 성경 묵상 클래스를 하면서 수업 들은 성도님들과 나눈 것처럼 저의 열매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성도들이었습니다. 성도님들의 믿음이 자라고, 예수님 닮아가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헌신하거나, 삶이 변화되고, 하나님 나라를 가정, 공동체, 그리고 세상에서 이루어 내려는 열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때 그것이 제 기쁨과 열매와 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수 감사절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러분의 직장과 가정을 통해서 주께 드릴 예물을 준비할 수 있는 한 주를 살아보시길 권합니다. 일어나 빛을 발하십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