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 부임하여 베이지역에 온지도 어느덧 9년이 되어 갑니다. 이 기간 동안에 우리 성도님들이 살아가는 사이클을 관찰해 보니 매년 6월에서 7월말까지는 많은 성도님들이 한국 방문 등으로 자리를 점점 더 많이 비우십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교회가 좀 횡한 편입니다. 단기선교와 VBS 등의 사역 외에는 좀 조용한 여름을 보냅니다. 그런 가운데 어제 하루는 교회에 웃음소리와 땀 흘려 일하는 소리가 많이 들렸습니다. 오전에는 단기 선교를 떠나는 모든 팀들이 공동 교육을 받으며 함께 팀워크를 다졌습니다. 소예배실 밖에 새로 건축된 야외 휴식처에는 영어권 성도님들이 작업하는 소리로 하루 종일 시끌벅적했습니다. 그늘을 설치할 수 있는 야외용 가구 등의 다양한 설치물을 조립하는 청장년들의 땀방울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지난 주에 열린 VBS에 이어 교회를 사랑하여 주말 시간을 온전히 봉사하며 섬기는 성도님들의 손길이 참 귀합니다. 참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여름은 자녀들과 함께 방학의 시간을 대체적으로 갖게 됩니다. 여름에는 쉼의 시간을 가지며 새로운 성장과 성숙을 모색하는 과정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올해 여름은 성도님에게 그러한 안식의 시간이 되고 계신지요? 흔히 우리는 그동안 고되게 하던 무언가를 하지 않고 중단하는 것이 안식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일견 맞습니다.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노예 생활에 찌들어 휴일도 없이 보내던 이스라엘 민족을 출애굽시키신 후에 모세를 통해 주신 율법에는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휴일조차 없이 강도 높은 노동을 하며 노예의 삶에 찌든 이들의 찌꺼기를 빼는 훈련이셨을 것입니다. 광야 40년 생활을 하면서 안식일에는 내가 나가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줍지 않아도 될만큼의 양식을 미리 더 추가로 허락해 주시는 모습을 내내 목격하게 하시면서 ‘내가 내 힘으로 나가서 일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일하시고 먹이신다’는 깨달음을 생활화시키셨습니다. 40년이라는 긴 시간을 가르치셔야 변할 수 있을만큼의 긴 훈련이었습니다. 저와 여러분은 어떻게 훈련 받고 있는지요? 베이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지역 중에 하나입니다. 뛰어나지 않으면 쉽게 도태되는 정글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남들처럼 몸이 부서져라 일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해 합니다. 자연마저도 닦달하고 타인들을 자신의 수단으로 삼습니다. 불안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런 우리에게 하나님은 안식하라고 하십니다. 월터 브루그만은 ‘안식일은 저항’ 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맞습니다. 우리는 불안함에 저항해야 하고, 강요에 저항하고, 배타주의에 저항하며, 과중한 일에 저항 해야 합니다. 안달하는 일을 그치며 스스로 ‘조물주 신드롬’에 빠지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나 중심의 시선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안식일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는 그런 훈련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그런 시선을 회복하는 여름이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