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1일 북가주 교회간 친선 탁구대회에 참가하여 있던 중 아버지와 형으로부터 여러 번의 통화가 와 있던 것을 보고 뭔가 직감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것입니다. 토요일 오후면 늘 집에서 목욕을 하셨는데 어머니가 욕조에서 돌아가신 것을 아버지께서 발견하시게 되었습니다. 당일 밤으로 부모님 계신 메릴랜드로 날아가 일주일 동안 아버지와, 형님 가족과 함께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송강 정철의 유명한 시처럼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하는 짧은 문장이 많이 공감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후회로만 남지 않고 이제는 어머니와 함께 할 영원한 안식과 만남의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제 어머니를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파스텔 톤으로 그린 모네의 수채화 같은 분이십니다. 어머니는 고요하고 사색적이며 잔잔한 호수같은 조용한 여인이셨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50년 가까이 목회 활동을 하시면서 찾아오는 다양한 스트레스가 많이 있었겠지요. 그래도 어머니는 늘 아침 시간의 고요함 속에서 누리는 묵상과 기도, 그리고 사색으로 당신의 평온함을 간직한 채 마지막까지 파스텔 톤의 영성으로 주님과 교제하며 목회자의 사모로서 평생을 올곧이 살아오셨습니다. 푸른 초장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목자 하나님과 즐겁게 동행하는 어린 양으로 85년의 삶을 살아낸 어머니의 삶을 경축합니다. 그토록 사랑하던 주님 품에 안겨 아픔도 눈물도 없는 영원한 천국의 안식을 누리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며 저도 힘을 낼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뵙지 못해서, 갑작스럽게 어머니와 이별해야 했던 아들의 마음은 힘이 듭니다. 살아 있을 때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그리고 죄송했다고 직접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저의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그래도 영원한 천국이 있음을, 지금이 마지막이 아니라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온다는 사실을, 그래서 하나님 나라를 기억하며 오늘도 복음을 살아내는 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을 다져봅니다.
버지니아를 떠난 지 9년이나 되어서 그곳에 계신 교인들과 지인들에게 알리는 게 부담이 되어 조용히 있었는데도 어떻게 아시고 예배에 참여하신 분들이 많으십니다. 멀리서 화환을 보내주신 교인들과 지인들도 많이 계십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임마누엘 교회에서도 당회를 대표하여 세 분의 장로님들을 포함해서 다섯 분의 성도님들이 환송예배에 와주셔서 너무 제 마음이 뜨겁고 감사했습니다. 이제 곧 목회지로 다시 돌아갑니다. 제 마음을 잘 추스리고 신실한 아들로, 목회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성도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