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소설가 스텐 나돌리가 쓴 ‘느림의 발견’이라는 소설은 존 프랭클린이라는 영국의 제독이자 북극해 일대를 탐험했던 탐험가의 일생을 다룬 실화 소설입니다. 호주 식민지의 총독을 지내기도 한 존 프랭클린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인생을 발군의 글솜씨로 표현한 이 소설은 독일 최고 권위의 잉게보르크 바하만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영감을 선사한 프랭클린의 업적과는 달리 그는 대단한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는 말과 행동이 너무 느려서 늘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존처럼 행동이 느린 그의 어머니와 자신을 바다로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던 오랜 친구 매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존은 열 살이 되어서도 공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느려 터졌습니다. 말과 행동이 느린 것은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는 장애에 해당할 정도로 큰 딜레마이기도 할 것입니다. 장차 탐험가가 될 그의 어린 시절이 이런 어려움으로 가득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그러나 느린 대신 존 프랭클린은 모든 사물을 매우 꼼꼼하고 치밀하게 들여다 보고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받았던 따돌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내심도 길러 졌습니다. 덕분에 그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군인이나 탐험가로서 인정받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대에 속도는 너무 중요한 가치입니다. ‘시간이 돈’이라는 말은 사실입니다.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입니다. 하지만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일 것입니다. 빠르게 가고 있는가 보다 잘 가고 있는가 누군가는 물어야 합니다. 때로는 좀 더디 갈 때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요즘은 차를 빌려 여행하는 것 보다 둘레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가지고 여행하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속도에서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청각, 후각, 촉각 등의 많은 감각기관을 통해 여행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걷다 보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자동차 여행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을 상대하고 영혼을 다루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조금 더디 간다고 느끼겠지만 그 때가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일하시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안타까워 하지 마시고 더디 가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경우에 하나님은 초스피드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으시고 시속 4킬로로 일하십니다. 광야 생활을 평균 내보면 하나님은 시속 4킬로의 속도로 이스라엘 백성과 동행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서서히 변화 시키셨습니다. 영혼의 변화를 위해 매진하시는 여러분들의 삶을 축복합니다. 느린 속도로 함께 걸어가고 계신 하나님의 임재가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심을 기억하는 여름이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