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길

- 이산돌 목사 -

고희(古稀) | 이월량

시간의 길이와 무게가 70을 가리키는 시점까지

나는 달과 함께 걸어왔습니다.

오는 길에 가냘픈 풀 잎에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묻는 소리에 침묵했습니다.

세미한 벌레 울음소리에서도 듣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그때 나는 공허한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한 여름 세차게 부는 비바람 속에서도 들었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그때 나는 무섭기만 하였습니다.

파아란 하늘을 품고 있는 구름에서도 들립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멀리 보일듯 언덕에서 눈물이 슬며시 내립니다.

무릎사이 내가 왔던 곳에서 가야 할 그곳으로 간다고 중얼거립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가을, 칠순을 맞이하신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시 한 편이 제 사무실 벽에 붙어 있습니다. 평소 시에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진솔한 고백이 담긴 그 글을 저는 가끔씩 가만히 들여다보곤 합니다.

죽음이라는 깊은 고뇌 속에서 주님을 만나 평생을 헌신하셨던 아버지는, 목회를 은퇴하시는 70세의 문턱에서 삶을 회고하며 쓴 그 글을 보며, 저 또한 나이 들어감과 삶의 이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습니다. 그분은 어디서 오셨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분명히 아셨기에, 우리를 위해 가셔야 할 십자가의 길을 끝내 이루셨고 부활승천하셨으며 다시 오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의 순종 덕분에 으로 인해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갈 곳 모르고 정처 없이 방황하던 인생길에서 구원으로 인해 영생이라는 분명한 목적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은혜를 기억하며 이번 고난주간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한 주간 이어지는 특별새벽기도회와 성금요일 성찬예배, 그리고 각자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마음과 시선을 오직 예수님께만 집중하며 신실하게 순종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