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2020년 한해를 모두가 보내고 있습니다. 이유는 다 아실 겁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을 넘어서 ‘코로나 레드’, 심지어는 ‘코로나 블랙’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을 넘어 분노와 절망을 지나 포기에 이르는 분들은 계시지 않을까 많이 우려가 됩니다. 지난주 미국에선 하루 20만의 확진자와 1500명 이상의 사망자로 모든 통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긍휼을 구할 뿐입니다.
쉽지 않은 2020년 감사주일에 우리가 어떠한 마음으로 주님께 감사의 열매를 드릴 수 있을까요? 제가 이번 주일설교에 잠시 언급하듯이 나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비교하며 내 삶은 그렇지 않았음으로 인해 감사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자세가 아닙니다. “그래도 나는 건강했고, 나는 병에 걸리지 않았으며, 나는 재정적으로 괜찮다”고 하는 감사는 어찌 보면 이기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말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이 듣고 싶어 하시는 감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은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함께 해야 하고 환란을 지나는 이들에게 긍휼의 마음(compassion)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에겐 ‘밥 아저씨’로 유명했던 Bob Ross라고 하는 돌아가신 화가가 있습니다. 한 때 PBS 방송에 자주 등장하셨지요. 수염과 머리 모양이 특이하시고 그림을 그리며 “참 쉽죠?”하시던 그 분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분이 사랑하는 아내를 여의고 진행했던 방송 중에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어둠을 그리려면 빛을 그려야 하지요. 빛을 그리려면 어둠을 그려야 하고요. 어둠과 빛, 빛과 어둠이 그림 속에서 반복됩니다. 빛 안에서 빛을 그리면 아무 것도 없지요. 어둠 속에서 어둠을 그려도 아무 것도 안보입니다. 꼭 인생 같지요. 슬플 때가 있어야 즐거울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좋은 때가 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아내를 여의고 진행한 ‘The Joy of Painting’에서)
그렇습니다. 인생에는 어둠과 빛이 함께 합니다. 슬픔과 기쁨이 공존합니다. 슬픈 시간을 지날 때는 그냥 슬프다고 말하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감사는 인생이라는 나무에서 얻어진 모든 열매를 허락하신 분에게 “저 잘 받았습니다”라고 표현하는 우리의 반응입니다. 좋은 일만을 하나님께 보고하는 요식행위가 아닙니다. 슬픔이나 고통도 인생의 열매중 하나일 것이고 하나님은 우리가 그 열매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기 원하실 거예요. 2020년이 참 힘들었지만 그래도 저 이렇게 살아있다고 주님께 말씀드립시다. 지금은 미처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때가 되면 이 열매조차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를 언젠가는 우리도 알게 될 것입니다. 낙심하지 않고 감사하면 우리의 속사람은 날마다 자라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4:16).
이 지역 전체가 Purple Tier로 변경되면서 우리가 다시 만나 예배드릴 때는 훗날로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잘 견디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성도 여러분의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와 모임들이 비록 비대면 이지만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깊고 따사롭게 체험하시는 현장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복된 추수감사절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