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박성호 목사

보고 싶은 성도님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모두 은혜 중에 평안하셨기를 바랍니다. 조지 플로이드씨에 대한 미네소타 경찰의 잔인한 행위로 인한 분노로 미국 곳곳에 시위가 번져간다고 합니다. 정의롭지 못한 세상의 부조리는 늘 우리를 어지럽히며 마음의 평안을 앗아갑니다. 안타까운 미국의 이 현실이 속히 개선되고 하나님의 공의가 임하기를 함께 기도해 주세요. 제가 이 칼럼을 쓰는 30일 토요일 오후 시간까지도 이제 내일 만료되는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Shelter-in-Place 명령에 대한 추가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예측들이 있지만 아마도 몇 주 더 현행대로 명령이 연장되거나, 혹은 매우 조심스럽게 한 단계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가 예배당에서 함께 모여 자유롭게 예배할 날은 아직 좀 이르다는 것입니다. 베이 지역에서는 최근 확진자의 숫자가 줄어들었다가 다시 확산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한 무증상 감염자가 자신도 모르는 채 비말을 통해 누군가에게 감염시킬 가능성 때문에 실내공간에서 자유롭게 예배드리는 행위에 대해 많은 분들이 민감해 하십니다.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는 한 동안 지켜야 할 ‘뉴 노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공예배를 드리게 되더라도 당분간은 매우 조심스럽게 보건국의 지시사항을 따라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에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렇게 하더라도 자신의 건강문제가 조심스러워 당분간은 예배당으로 나오시지 않을 성도님들이 계실 것입니다. 반면에 얼른 예배당에 나가 마음껏 예배드리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할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어떤 생각과 바람이 있더라도 다른 생각을 하시는 분들을 정죄하거나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슈로 성도들 간의 마음이 나뉘지 않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결정을 내리는 당회원들과 리더십이 지혜로운 판단력을 가지고 하나님의 마음과 성도님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려 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교회에서는 성도님들이 지금까지 SIP기간을 보내시면서 어떤 마음으로 신앙생활 하셨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과 바람을 가지고 계신지 파악하기 위하여 오늘 전체메일로 설문조사를 보냅니다. 보내드리는 질문 사항에 클릭해서 보내주시면 바로 통계가 나오게 되니 가능하시면 모두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는 오히려 우리를 절망에 빠뜨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 모두는 현실을 올곧이 인정하면서 동시에 이 모든 상황을 온전히 회복시키실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을 믿음으로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혹시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 당시 수감된 미해군 포로로서는 가장 높은 직급을 가졌던 제독(vice admiral)이었습니다. 그는 65년부터 자그마치 7년 반 동안이나 모진 고문과 협박을 당하며 전쟁포로(POW)로 생활을 보냈고 73년에야 고국으로 생환하여 돌아왔습니다. 스톡데일은 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포로수용소에서 막연한 낙관주의로 ‘크리스마스 때는 집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아니면 ‘부활절까지는 나가겠지?’ 하면서 막연한 희망을 가졌던 포로들은 한 결 같이 수용소에서 절망스럽게 죽어갔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자신처럼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되 언젠가는 석방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만이 최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짐 콜린스는 이처럼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되 동시에 최종적인 긍정을 포기하지 않는 역설적인 이중성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불렀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역설적인 이중성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되 최후에는 반드시 승리할 것을 확신하는 믿음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최후 승리를 믿습니다. 현실의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게 될 날이(롬8:37) 반드시 올 것입니다. 힘내십시오. 조금만 더 견디세요. 함께 웃으며 기쁘게 예배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